그녀는 봄을 맞아 산뜻하게 피어났다. 긴 겨울을 지나고 순리처럼 나타난 휴식을 누렸다. 무더운 여름이 찾아올 걸 알면서도 편안함에 온몸이 늘어지게 뒹굴었다. 오랜만에 밤 나들이를 나가 칠흑 같은 바다 곁에서 하얗게 웃었다. 겨울이 남긴 흔적에 눈쌀을 찌푸리다가도 살랑거리는 바람만 느껴도 웃었다. 기분이 좋아지는데 충분했으니까. 언젠가 날 좋은 날 아파트 근처 개천에 빠져 옷이 다 젖어버렸는데도 그 물 한가운데에서 깔깔 웃었다. 한번은 양손 가득 버찌를 따다가 실수로 터뜨린 바람에 목과 블라우스가 빨갛게 물들었었다. 그걸 본 어느 아주머니가 놀라 가리켰을 때에도 한바탕 웃어버렸다. 그녀는 목련꽃이 피고 지기까지의 그 짧은 순간 동안 봄의 여자가 되었다. 어린 첫 숨결을 들이쉬고, 간지러운 꽃향기에 간간히 재채기도 하면서. 

 

그녀, 이제 다음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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