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한 불빛, 어지러운 글씨를 뒤로 하고
침대 속으로 아이가 포근히 안긴다.
꼼지락꼼지락, 엄마 손가락을 찾아 장난질 하듯
손가락 마디마디에 이불을 구겨넣는가 하더니 이내
톡, 굳은 머리가 풀린다.

 

빙글 웃는 게 무척 편안해 보인다.
지금의 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걸까.
너의 곁엔 박수치는 아이들,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반짝이는 스타라도 된 것일까.
안락함에 취한 모습 어딘가는 서글프구나.

 

예고없는 번쩍임 그리고
천둥이, 쾅!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아이는 확! 눈을 떴다.
어안이 벙벙한가 씰룩이는 입술과
쪼그라드는 목, 어깨, 가슴, 다리.
끝내 삼키는 것은 무엇을 향한 울분일까.

 

아이야, 슬픈 꿈을 꾸었니?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영영 그 모습으로만 존재할 꿈이려나.
무한한 시간을 집어삼킨 꿈이려나.
아이야, 너는 지금 어디에 있니?
어느 공간에 갇혀버린 건 아니니?
세상도 무한하다.
알을 깨고 나와보지 않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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